요즘 행복하냐고?

최근 누가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요즘 행복해? 자기는 그 질문을 받고 얼굴이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요즘 행복하냐는 물음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행복을 잊고 살고 있었다면서요. 난 언제 행복하지?에 대한 답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실 너무 진부한 물음이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최대의 난제입니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를 것이구요.

## 행복한 삶? 만족스러운 삶?

사실 저도 요즘 행복하냐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행복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는데, 막상 진짜 요즘 행복한가? 매일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거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마 저는 행복을 너무 거창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응 나 요즘 행복해"라고 말하려면 정말 항상 들떠있고 하루하루가 빛나고 웃음밖에 나지 않는 그런 상태여야 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매일이 그렇게 영화처럼 빛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선뜻 행복하다는 답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뭘까요.

그 다음에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니엘이 할머니와 나눈 대화가 짧게 소개되었는데요. 다니엘이 할머니에게 요즘 잘 지내시냐고 여쭤봤더니 “응 만족하고 있어"라고 답하셨다고 해요. 사람이 매순간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아, 지금 내 삶은 만족스러운 삶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아직 만족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제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꽤나 열심히 사는 것이고 늘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저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현상태에 대한 불만족입니다. 아마 현실에 만족했다면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 할 테지만, 저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 감사한 삶

그 뒤에 떠오른 단어가 ‘감사'입니다.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삶입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도 다를 것이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감사한 점을 몇 개 정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사지 멀쩡하고 별다른 병 없이 건강한 것,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큰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당장 내일의 끼니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아닌 것,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등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저는 이런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감사한 것들은 쉽게 잊혀집니다. 바로 위에 적은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삶에 감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삶에서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좋은 예로 감사 일기가 있는데 (너무 진부하죠?) 꽤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에필로그의 구독자 중 한 분이 소개해 주셨는데 저의 좋은 습관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무튼, 누군가 저에게 요즘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쉽게 예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이따금씩 큰 행복감을 느끼는 삶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술)을 먹으며 좋은 대화를 나눌 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날씨가 좋은 날 산책을 할 때, 주말에 여유롭게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등, 잔잔한 일상에 행복한 순간들이 한번씩 찾아오는 삶.

또 누군가 저에게 삶이 만족스럽냐고 물어보면 그것 역시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그 대신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요즘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