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처럼 성공하려면요

휴튼 글쟁이
2022년 9월 14일
<p>2014년 4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1학년 전공 기초 미분적분학 수업 시간이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맞춰 교수님이 들어왔는데, 그 뒤를 따라 <b>깔끔하게 정장을 빼입은 투박한 인상의 중년 아저씨</b>가 들어왔습니다.</p><p><br></p><p><b><span style="font-size: 18px;">제 연봉이 1억이 넘습니다</span></b></p><p>그 아저씨는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나왔는데, 그 기업의 무슨 인력개발원이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습니다(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교수님께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강의 시작 전 5~10분 정도를 할애받은 상태였습니다.</p><p><br></p><p>그 아저씨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뒤, <b>대뜸 자신의 연봉을 공개했습니다</b>. 과장 1도 없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 진짜 안 궁금했거든요.</p><p>“여러분, 제 연봉이 1억이 넘습니다. 적지 않죠? 그러니까 제가 앞으로 하는 말 믿어도 되겠죠?”</p><p><br></p><p>"어떻게 하면 저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좋은 기업에 가야 합니다."라며 말을 이어간 그 아저씨는, 자신과 같이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b>1학년 1학기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b>고 했습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면서요.</p><p>그러면서 어떤어떤 자격증이 몇 개 필요하고, 학점은 몇 이상이어야 하며, 그 외에 이런 것 저런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하기 위해 1학년 때는 이렇게, 2학년 때는 저렇게, 3학년 4학년 때는 이렇게저렇게 해야 한다며 아주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여 줬습니다.</p><p><br></p><p><b><span style="font-size: 18px;">성공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가</span></b></p><p>압권은 마지막에 한 말이었습니다. 지금 취업을 위해서 준비할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b>요즘 취업시장에서는 "필패"</b>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쯤 되니 조언이 아니라 으름장이었습니다. 이제 수험 생활에서 벗어난지 반 년도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요.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 된 학생들에게요.</p><p>마지막에는 서류 봉투에서 무슨 전단지를 한 묶음 꺼내더니, 맨 앞 줄의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시험지 나눠주듯이 앞에서 뒤로 전달하여 건네받은 기억이 납니다. 전단지에는 <b>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매우 상세한 취업 준비 커리큘럼</b>이 적혀 있었습니다.</p><p>제가 갖고 있던 대학 생활에 대한 낭만이 와장창 깨진 날이었습니다.</p><p><br></p><p>누군가에게는 맞는 말이었을 겁니다. 1학년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였을 수도 있습니다. <b>하지만 마치 성공이라는 것이 회사와 연봉으로 정해져 있고, 또 그에 이르는 길 역시 하나의 정답으로 정해져 있다는 듯 말하는 것이 옳은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b></p><p>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해주고 개개인의 삶에서의 주체성을 길러줘야 할 대학이라는 곳에서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제 머릿속에는 꽤나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p>

2014년 4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1학년 전공 기초 미분적분학 수업 시간이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맞춰 교수님이 들어왔는데, 그 뒤를 따라 깔끔하게 정장을 빼입은 투박한 인상의 중년 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제 연봉이 1억이 넘습니다

그 아저씨는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나왔는데, 그 기업의 무슨 인력개발원이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습니다(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교수님께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강의 시작 전 5~10분 정도를 할애받은 상태였습니다.


그 아저씨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뒤, 대뜸 자신의 연봉을 공개했습니다. 과장 1도 없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 진짜 안 궁금했거든요.

“여러분, 제 연봉이 1억이 넘습니다. 적지 않죠? 그러니까 제가 앞으로 하는 말 믿어도 되겠죠?”


"어떻게 하면 저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좋은 기업에 가야 합니다."라며 말을 이어간 그 아저씨는, 자신과 같이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면서요.

그러면서 어떤어떤 자격증이 몇 개 필요하고, 학점은 몇 이상이어야 하며, 그 외에 이런 것 저런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하기 위해 1학년 때는 이렇게, 2학년 때는 저렇게, 3학년 4학년 때는 이렇게저렇게 해야 한다며 아주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여 줬습니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가

압권은 마지막에 한 말이었습니다. 지금 취업을 위해서 준비할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요즘 취업시장에서는 "필패"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쯤 되니 조언이 아니라 으름장이었습니다. 이제 수험 생활에서 벗어난지 반 년도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요.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 된 학생들에게요.

마지막에는 서류 봉투에서 무슨 전단지를 한 묶음 꺼내더니, 맨 앞 줄의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시험지 나눠주듯이 앞에서 뒤로 전달하여 건네받은 기억이 납니다. 전단지에는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매우 상세한 취업 준비 커리큘럼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대학 생활에 대한 낭만이 와장창 깨진 날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맞는 말이었을 겁니다. 1학년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성공이라는 것이 회사와 연봉으로 정해져 있고, 또 그에 이르는 길 역시 하나의 정답으로 정해져 있다는 듯 말하는 것이 옳은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해주고 개개인의 삶에서의 주체성을 길러줘야 할 대학이라는 곳에서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제 머릿속에는 꽤나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 오전, 생각할거리를 보내드려요.

👀 이런 콘텐츠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