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레터]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때

데이터 만능주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결코 직관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근거로 삼을 만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을 때, 참고할만한 선례가 없을 때,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직관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런 선택을 했어?", "근거가 뭐야?"라는 물음을 받았을 때 "그냥 알아"라는 다소 무책임한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삶에 대해서든, 일에 대해서든, 직관에 의존하는 결정은 무척 심플하면서도 무척 어렵다. 나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마땅한 근거가 없으니 나도 남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런데 이런 선택이 어렵다고 해서 남들이 하는 결정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도 절대 옳은 방법은 아니다. 그건 그들의 결정이니까. 엄연히 주어진 조건과 맥락이 나와 다를 텐데, 남들이 하는 걸 수동적으로 그대로 따라하는 건 그저 마음을 편하게 해줄 뿐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직관이라는 게 참 강력하면서도 무섭다. 직관은 하나의 대상에 대한 오랜 경험 또는 고민에서 나오는 나만의 통찰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블에 갇혀서 갖게 된 편향적인 시각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성벽처럼 쌓아올린 편향일 수도 있다.

진짜 둘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직관을 기르고 그걸 믿고 따르면서도 , 이것이 틀릴 수 있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늘 견지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