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오펜하이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사실 새로운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고 역사를 그대로 기록한 영화여서 딱히 스포할 것도 없습니다.
🚨 단순화해서 판단하기
🥊 오펜하이머 Vs. 스트로스
스트로스는 훗날 불법적인 방법까지 도모하여 오펜하이머를 끌어내리려 합니다. 이것만 보면 스트로스는 아주 나쁜 놈이죠. 마치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교육도 잘못 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온갖 사악한 권모술수를 통해 그 자리까지 올라간 간사한 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스트로스는 머리가 좋은 수재였으나, 대학교에 입학할 때 쯤 미국 경제가 무너지며 가세도 기우는 바람에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구두 판매원 일을 하게 됩니다. 실적이 좋아 큰 돈을 벌었으나,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유럽으로 건너가 훗날 미국의 31대 대통령이 되는 후버와 함께 구호활동을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시기이거든요.
그 이후 성공적인 사업가와 성공적인 공직자의 커리어를 쌓아갑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하죠.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간입니다.
다만 그는 아마도 오펜하이머에 대한 시기심이 있었겠죠. 모종의 열등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 역시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했거든요. 반면 오펜하이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반열에 올라 있었습니다. 1949년에는 그런 오펜하이머로부터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요. 그 열등감 또는 질투심 또는 수치심이 지나치게 커져 스트로스를 잘못된 행동으로 이끈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오펜하이머보다는 스트로스에게 더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크고작은 열등감을 갖고 있을 테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 경험도 있을 겁니다. 스트로스는 분명 훗날 크게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인생을 팍 압축하여 '나쁜 놈'이라는 도장을 찍어버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펜하이머를 단순하게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