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주체성'입니다.
저는 대입 때 재수를 했습니다. 제가 주체성에 가장 목이 말라있었던 시기이기도 한데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재수 생활은 물리적, 정신적 제약이 무척 심한 환경입니다.
저는 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강남의 한 재수학원을 다녔는데, 어느 정도로 엄격했냐면 최상위반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대화를 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 바로 윗반에 있던 남학생 한명과 여학생 한명이 복도에서 몰래 대화를(대화만!🤫) 하다가 들켜서 한명은 반 강등, 다른 한명은 학원에서 퇴출되기도 했어요.
주말에는 자습을 하러 학원에 갔는데, 12시에서 1시까지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1시가 되자마자 1층 철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밖에서 점심을 먹고 1분이라도 늦으면 학원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보다 저를 훨씬훨씬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자유의 부재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내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재밌는 삶을 보내고 있을 텐데, 나는 닭장같은 곳에 갇혀있다는 현실이 저를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재수 생활을 통틀어 제 입시 시절에 대해 얘기하는 걸 아주 싫어하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저는 '대학교에 가기만 하면 무조건 주체적으로 살 것이다'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습니다. '주체적'이라함은, 어떠한 선택을 내릴 때 누가 시켜서, 또는 남들이 다 하니까 수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제가 판단했을 때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만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학점이 있습니다. 저는 학점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참 순진하게도 저는 정말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즉 배움을 위해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OT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무조건 학점도 후하게 주고 시험도 족보대로 내는 교수님의 수업을 찾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선택할 때의 기준은 '내가 어떤 걸 공부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학점에 유리한가'였습니다. 이게 지독하게도 싫었습니다.
여기서 반항심이 생겨서 일부러 동기들이 많이 듣는 수업은 안 듣고 제가 듣고 싶은 수업만 골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이한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제 전공은 공학이었는데 문학, 디자인, 철학, 언어, 이런 수업들을 들었죠. (하지만 머리에 남은 건..)
그래서 학점은 '아 그래도 얘가 공부를 놓지는 않았구나' 하는 정도로만 겨우 유지했습니다. 이런 것이 저의 주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선택에 후회하냐?고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저는 거의 똑같은 대학생활을 할 것 같아요.
아무튼 대학교에 가서 제가 내렸던 대부분의 선택들은 모두 제가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여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도 제가 내리는 판단의 기준은 '남들이 아니라 나한테 옳은 선택이 무엇인가'입니다.
그래서 저의 장점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뚜렷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남의 충고를 잘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내가 주인인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데 삶에 대한 주도권 없이 수동적으로 사는 건 정말 너무 불행한 일 아닌가요?
+ 주체성과 함께 제가 또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들이죠. 그 중에서도 제가 유독 아끼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제 삶이 급해도 사랑하는 사람들만큼은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어떤 계기가 있나요? 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