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좌우명 : Ostinato Rigore
"끊임없는 엄격함"
안녕하세요, 169번째 휴튼 레터입니다. 연휴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더운 추석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침대에 이불 덮고 누워서 휴튼 쓰기에 딱 좋은 연휴 아니었나요?
이번주의 주제를 고민하다가 지난 레터를 돌아보니, 최근 몇 개의 레터가 대체로 마음에 위로를 주는 글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빡센 내용을 다뤄보려 합니다. 반성할 준비 단단히 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르네상스 맨
'르네상스 시대'를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인물은 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일 겁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예술, 건축, 과학, 수학, 공학, 해부학, 지질학 등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죠. 말도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맨'의 상징으로 손꼽힙니다. '르네상스 맨(Renaissance man)'이란 여러 분야에서 두루 역량을 갖춘 사람을 말합니다. 현대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맨은 누가 있을까요?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여러 영역에서 천재성을 발휘했고,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많은 기술과 예술의 기초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결과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그를 그저 '세기의 천재'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재성 못지않게 일을 대하는 자세로도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는 그가 20대 때부터 작성한 일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 "Ostinato Rigore"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Ostinato Rigore
이탈리어인 "Ostianto Rigore(오스티나토 리고레)"는 영어로는 "Relentless rigor", 한국어로는 "끊임없는 엄격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1. "Ostinato"는 "고집스러운", "끈질긴", "지속적인"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특히 음악에서는 동일한 음악적 패턴을 반복하는 기법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해요.
2. "Rigore"는 "엄격함", "정확성", "엄밀함"을 뜻합니다. 이건 학문적, 과학적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철저하고 정확한 방법론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두 단어가 결합하여 "끊임없는 엄격함" 또는 "집요한 정확성"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개념을 자신의 좌우명(모토)으로 삼았고, 실제로 그의 수많은 업적을 통해 그가 얼마나 부단히도 엄격함을 추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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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그는 예술 작품에서 사람의 손, 얼굴, 근육 같은 인체의 디테일을 보다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수십년에 걸쳐 해부학을 연구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하겠지만 당시 해부는 의학적 목적으로만 이루어졌고, 예술가들이 이를 실습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빈치는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시체 해부를 했다고 해요. 이를 통해 그는 근육, 뼈, 힘줄 등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이 지식을 그림에 반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빛과 그림자의 작용을 표현하기 위해 광학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빛이 피부 표면을 통과해 그 아래의 혈관, 근육, 지방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하게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
고작(?) 그림 하나 잘 그리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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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높은 기준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모나리자>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그림을 통해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존재했던 미술 기법으로는 이를 충분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직접 새로운 기법을 개발합니다.
바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인데요, 수많은 덧칠을 통해 경계선을 흐릿하게 처리하여 은근하고 자연스러운 명암을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공중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연기와 같이(실제 어원!) 색을 매우 미묘하게 변화시켜서, 서로 다른 색깔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지을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죠.
그는 이 기법을 활용하여 빛이 피부 위에 떨어지고 그림자가 생기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오랜 관찰을 통해 사람 얼굴의 표정이 입 가장자리와 눈 가장자리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파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의 눈과 입의 가장자리를 부드러운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가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고 해요. 이 기법 덕분에 <모나리자>는 마치 실제 깊이를 가진, 살아있는, 또 수수께끼와 같은 표정을 지닌 인물처럼 느껴지는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자신이 가진 매우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달성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해부학, 광학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아예 새로운 미술 기법까지 개발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미술에만 국한된 이야기이고,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그는 특유의 끊임없는 엄격함을 통해 수많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마무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Ostinato Rigore는 한마디로 '장인 정신'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일에 대한 매우 높은 기준, 그 과정에서의 치밀함, 계속해서 배우려는 자세 등을 꾸준하게 지향했습니다.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가 가진 자세라도 각자의 삶과 일에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 참, 만약 오늘 레터가 얼마 전에 발행한 <완벽주의의 세 가지 함정>의 내용과 상충된다고 느끼셨다면, 그래서 '아니 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삐빅 정상입니다.
휴튼은 우리 각자의 삶과 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모든 상황, 모든 개인에게 적용되는 단 하나의 정답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여러 옵션들 중 지금 내가 처한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잘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