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그건 아무도 모른다"

결과중심적 사고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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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아버지
June 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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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든(James Corden)이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얼굴을 보면 아시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임스 코든은 영국의 배우이자 코미디언이자 작가이자 PD이자 토크쇼 호스트입니다. 다재다능하죠? 특히 미국의 인기있는 토크쇼(이자 BTS도 출연한 적이 있는 성공한 쇼)인 <The Late Late Show>의 호스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The Late Late Show를 시작한지 약 8년 만인 2023년 여름, 호스트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합니다.

오늘 소개드릴 인터뷰는 약 2개월 전에 제임스 코든이 출연한 한 팟캐스트입니다. 팟캐스트 진행자 제이 셰티(Jay Shetty)가 제임스 코든에게 쇼를 그만두는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반복적으로 "그건 아직 모른다(we don't know yet)"라고 답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어서 간단히 번역해드립니다. 오늘 레터는 아주 짧습니다.


[👨🏼제임스]

제가 The Late Late Show를 그만둔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토크쇼를 왜 떠나느냐는 거죠. 물론 그들의 생각도 100% 이해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삶에서 늘 생각하는 건 "아직 모른다(we don't know yet)"입니다. 토크쇼를 그만두기로 한 것이 잘한 것이었는지 실수였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1년 뒤나 2년 뒤, 심지어 5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일이 벌어져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어쩌면 제가 얼마 뒤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도 있겠죠? 그럼 또 사람들이 격하게 축하해줄 거고요. 근데 그것도 모르는 거예요.

[🎙️호스트]

너무 좋네요. 이 얘기를 들으니까 중국의 한 오래된 일화가 생각납니다.

옛날 중국 북방의 한 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노인의 말이 도망갔어요. 마을 사람들은 노인에게 와서 안타까워하며 "정말 큰 불행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그건 아무도 모른다(good thing, bad thing, who knows?)"라고 대답했습니다.

며칠 후 도망갔던 말이 돌아왔는데, 여러 마리의 야생마도 함께 데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 축하하며 "정말 큰 행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담담하게 "그건 아무도 모른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야생마를 길들이려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노인에게 와서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또다시 "그건 아무도 모른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서 전쟁이 일어나 모든 젊은이들이 징집되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 부상으로 인해 징집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징집된 젊은이들은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노인에게 와서 "당신 아들이 다친 것이 큰 행운이었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그건 아무도 모른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이야기죠.

[👨🏼제임스] 

맞아요, 저도 이 이야기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쇼를 그만두기로 했을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상황 내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결정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호스트]

그 구분이 좋네요. 결정을 내릴 당시의 근거(reason)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지만, 그 결과(result)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근거를 기반으로 한 선택 뿐이니까요.

[👨🏼제임스] 

맞아요. 우리의 기분을 망치는 건 우리가 갖는 기대입니다. “이것만 되면 좋아지겠지”하는 기대가 끝도 없죠. 사실 저도 꽤 오랫동안 그래왔습니다. 운전 면허만 따면! 여자친구만 생기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만 하면!

하지만 사실 정확히 내가 기대한 대로 되는 건 많지 않습니다. 모르는 거예요. 이런 자세를 갖고 나니 꽤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성공'의 정의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아카데미 수상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을 시상식날 밤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밤이라고 말하는지 아세요? 우리가 밖에서 볼 때는 너무도 화려한 성공처럼 보이잖아요.

제 생각에 그 이유는 도착지보다는 여정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물론 황홀한 기분이 들 거예요. 근데 만약 헬기를 타고 도착해도 같은 느낌일까요? 내가 직접 산을 타서 올라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에요. 산을 오르는 그 여정 말이죠.


끝입니다. 저는 제임스 코든이 지나친 결과중심적 사고의 맹점을 짚어주었다고 느꼈습니다.

과거 레터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저는 요즘 성공이라는 게 특정 상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만 충족되면 성공한 인생이야!'와 같이 특정 상태라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과정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내 삶에서의 성공/실패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니까요.


좋은 줄 알았던 일이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오거나 그 반대의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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