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지적 비만 위기
내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지적 비만 위기The Intellectual Obesity Crisis>라는 아티클을 가져왔습니다. 휴튼이 가진 문제의식과 비슷한 결을 갖고 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어요. 요약하자면 우리는 지금 쓰레기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각심을 제대로 갖게 해주는 글이니 주의깊게 읽어보세요.
(아래부터 번역)
*핵심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의역/편집이 있습니다.
쓰레기 정보
역사적으로 설탕(당)은 부족한 에너지원이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설탕을 갈망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설탕을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설탕은 우리에게 해로운 것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한때 집중력의 원천이었던 우리의 '호기심'은 이제 우리를 산만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온갖 쓰레기 정보로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지적 비만을 가져왔습니다.
버클리 대학교 연구진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정보는 음식과 같은 방식으로 뇌의 도파민 생성을 촉진한다고 밝혀졌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뇌는 그 정확성이나 유용성과 무관하게 정보 그 자체를 보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주의력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관심 경제(주목 경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품질의 정보도 고품질의 정보만큼이나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주의력을 사로잡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일종의 패스트푸드와 같은 쓰레기 정보(junk info)를 대량 생산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쓰레기 정보란 실용적이지도 않고,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지도 않으며, 사고력을 향상시켜주지도 않는 말그대로 쓰레기와 같은 정보입니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오히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정보들이죠. 대표적으로 가십, 낚시성 콘텐츠(click-bait), 악의적 마케팅 등이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퍼져나가는 쓰레기 정보는 대체로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분노(outrage)'가 가장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분노는 만들어내기 쉽지만 그에 비해 중독성과 전염성 측면에서 매우 강력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기도 합니다. 뉴욕 타임즈와 같이 한때 존경받던 언론사들도 이제는 구독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어 관심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냅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는 세상에 대한 이해력을 향상시키지 못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뒤적거리는 사람들은 방금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력이 떨어지고 정보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규범적 해리'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쓰레기 정보는 여전히 맛있습니다. 도파민 경로는 유용한 정보와 쓰레기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쓰레기 정보를 소비하며 무언가를 학습하고 있다는 만족감, 정신적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결국 이러한 쓸모없는 정보에 중독되면 우리는 '지적 비만'이라는 병에 걸리게 됩니다. 정크푸드를 많이 먹으면 뱃살이 나오고 몸이 비대해지는 것처럼, 쓰레기 정보를 많이 주워먹으면 우리의 정신 역시 비대해지고 그중에서 절반 정도는 기억도 나지 않는, 주의력이 분산된 정신을 갖게 됩니다.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지 못해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걱정하고 가짜 뉴스에 쉽게 분노하게 됩니다. 이러한 걱정과 분노는 더 많은 쓰레기 정보를 소비하게 만들고, 우리는 진정한 학습, 집중, 사고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마음의 동맥경화에 걸립니다.
우리는 쓸모없는 정보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주의가 산만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산만함은 너무 강력해서 우리는 스스로 주의가 산만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난 뒤, 쓰레기 정보의 피해에 대해 잠깐 생각해본 뒤, 다시 릴스를 켤 수도 있겠죠.
해결책
다행히도 몇 가지 해결책이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즉, 내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생각없이 무언가를 하는 걸 최대한 지양하는 겁니다. 혹시 무의식적으로 인스타를 켰나요? 그게 지금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건가요?
다른 해결책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온갖 유혹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 안에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삶을 돌아볼 때, 아마 "아, 유튜브 조금만 더 볼걸"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인스타의 쓸데없는 밈도 생각나지 않을 거고요, 나를 아주 잠깐동안 분노하게 만든 가십성 언론 기사도 생각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쓰레기들이 내 삶에 남긴 수많은 구멍들을 발견하고 나서야 내가 이들에 의해 이토록 지배당했다는 걸 깨닫게 될 테죠.
(끝)
아티클은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주변에 정보가 넘쳐나면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소비해야 한다는 FOMO를 느끼게 됩니다. 남들 다 아는 걸 나만 모르고 있다는 느낌은 너무 불안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시선이 온통 바깥을 향해있으면 결국 내 안에 중심을 잡지 못하니 쉽게 흔들립니다. 쉽게 흔들리니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른 채 남들의 선택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휴튼이 가장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1)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나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분별해내는 시각, 그리고 (2) 위에서 말한 쓰레기 정보로부터 최대한 벗어나려는 의지와 환경.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