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줄 알았던 일이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그 나쁜 결과를 통해서 또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경험을 적기엔 너무 다양하고 사소한 것들이 많지만, 이렇게 사고하지 않으면 나쁜 결과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갉아먹을 것 같기에, 이젠 좋든 나쁘던 결과에서 깨달음을 더 중요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갑자기 회사에서도 프로젝트 보다는 제안서를 엄청나게 쓰게 된 것도, 처음에는 그리고 제안서를 매일 야근하며 쓸 땐 너무 하기가 싫었다.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자의가 아닌 타의였긴 하지만. 아무튼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싫었고, 제안서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너무 낙담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맨땅에 헤딩해서 밤낮으로 공부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안서를 썼다는 경험이, 지금 내 시기에 정말 중요한 자원이 된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제안서만 몇 개월 쓰면서 야근하고, 그렇지만 좋은 결과를 많이 못 얻었어. 시간 낭비였어." 일 수도 있는 선택과 결과 그리고 경험일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요즘 생각하면 할 수록, "그래 높은 직급이 아닌 지금에서 이렇게 다양한 제안서도 많이 써보고, 다양한 분야와 주제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게 기회지" 라는 생각이 든다. 즉,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좋은 결과는 그저 좋기만 하고, 나쁜 결과는 그저 나쁘기만 하다. 즉 좋고 나쁨 이 2개로만 귀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좋든 나쁘던 간에 그 속에서 내가 새롭게 배우거나 느낀 것을 찾으려 하고 기억한다면, 모든 경험은 나에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경험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참 어렵다. 좋은 줄 알았던 일이 나쁜 결과를 가지고 올 때면 참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좌절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감정적인 것은 최대한 빠르게 걷어내려고 한다. 왜냐면 내 스스로만 갉아먹게 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무이다. 그렇기에 좋고 나쁨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를 어떤 것에 휩싸이게 하는 것 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새로움과 배움과 다양함을 많이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런일은 아주 많죠. 이혼하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쇼크가 컸는데 재혼해서 예쁜 아이를 얻었습니다. 이혼안했가면 이런 아이를 얻지 못했겠죠. 모든 건 눈에 보이지 않는 큰 그림이 있고 그곳으로 향해 가는거에요. 그것이 내생이 될수도 있고 다음생이 될수도 있는 큰 그림... 그걸 유니버셜이라고 하나요. 내가 이런일을 겪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고 모든것은 하나의 과정이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입 재수가 그랬다. 당시에는 재수 생활이 너무 절망적이고 힘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내가 훨씬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힘들면 고민이 깊어지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히 좋은 책을 읽으며 그래도 올바르게 고민을 한 덕분에 그 시기가 내면이 엄청 성숙해지는 시기였다. 그때는 삶에 제약도 너무 많고 또 내가 대체 뭘 위해서 여기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재수가 끝나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장기적으로는 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등등 많은 고민을 했다. 아마 그런 고민 없이 대학교에 갔다면, 모르는 거긴 하지만, 삶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 깊이와 진지함의 무게가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