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세 가지 방법
옛날부터 저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저는 중딩 때 중2병이라는 걸 겪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데, 이게 스무살이 되어서야 찾아와 10년 동안 완치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이런 고민들을 계속 하다보면 이것이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나다운 삶,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너무 당연하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레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하는데요, 오늘은 제가 추천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세 가지는 독서, 대화, 그리고 글쓰기입니다.
1. 독서
'독서'라고는 얘기했지만 사실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튼 레터와 같이) 좋은 글, 유튜브에서 간혹 찾을 수 있는 좋은 영상 등이 포함됩니다.
책 중에서도 제가 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은 책은 크게 두 가지 부류입니다.
하나는 심리학 또는 인간 행동에 관한 책입니다. 이러한 부류의 책들만큼 한 인간으로서의 내 내면을 객관적으로 파헤쳐주는 책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행동, 생각, 판단을 할 때 그 기저에는 어떤 원리가 깔려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행동, 생각,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는 대표적으로 <인간 본성의 법칙>과 <생각에 관한 생각>이 있습니다. 두 책의 공통점은 어마무시하게 두껍다는 점입니다. (각각 600쪽, 900쪽)
다른 하나는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책이고, 이런 책은 읽을 때마다 (조금 과장해서) 머리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그 대상이 삶이든, 세상이든, 인간이든,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가진 관점을 다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답이라고 알고 있던 게 사실은 유일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네? 하는 걸 느끼게 되죠. 물론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내가 가진 정답이 더 확고해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사피엔스>나 <코스모스>와 같이 관점을 확대시켜주는 책도 있고, <팩트풀니스>나 위에서 언급한 <생각에 관한 생각>과 같이 내가 가진 관점의 오류를 짚어주는 책도 있고,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스토아적 삶의 권유>처럼 철학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책도 있습니다.
혹시 또 좋은 책이 있다면 마구 추천해주세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아요.
2. 대화
두번째 방법은 대화입니다. 단,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해본 사람,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사람과의 대화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화를 해보면 그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제가 레터 첫부분에서 던진 질문들에 대해 한번쯤 깊이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그와의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왜냐면 이런 대화를 많이 해보지 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낯간지러운 주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만나서 서로 드립치기 바쁜데 난데없이 "야 근데 니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냐?"라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아직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저 주변에 이런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수밖에요. 그나마 요즘은 트레바리와 같은 퀄리티 높은 오프라인 기반 모임 서비스가 이러한 문제를 잘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글쓰기
마지막은 휴튼이 만들어진 목적이기도 한 글쓰기인데요, 위 두 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독서와 대화*는 인풋인 데 반해 글쓰기는 아웃풋이라는 점입니다. 글쓰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인풋은 여러군데에서 얻을 수 있지만 아웃풋은 글쓰기로밖에 내지 못하거든요.
*대화가 아웃풋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은 휘발성이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글쓰기가 중요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글쓰기는 내 생각을 내 두 눈으로 보는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 갖고 있던 걸 (잘 정돈되지는 않았더라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꺼내는 그 행위 자체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더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과정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내가 가진 생각 또는 경험에 대해 글을 쓰는 걸 'personal writ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나라에는 딱히 이걸 지칭하는 말이 없는 것 같으니 그냥 '개인적 글쓰기'라고 불러보겠습니다.
저는 휴튼을 통해 개인적 글쓰기의 난이도를 최대한 낮추고 그 효과는 최대한 높이려고 합니다. 혹시 개인적 글쓰기에 대한 나만의 팁, 또는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최대한 휴튼에 잘 반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