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삶이 답답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책 소개
안녕하세요, 175번째 휴튼 레터입니다. 오늘 레터는 지난 레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작년에 재밌게 읽은 책을 함께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박찬국 교수님의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라는 책입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쇼펜하우어와 니체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 두 철학자는 말도 센 편이고 ‘괜찮아’라는 위로 따위 해주지 않는 사람들이라 개인적으로 의외였습니다.
—
지난 이야기
지난 레터에서는 이런 내용을 다뤘습니다.
1. 우리는 성과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삶의 의미를 오직 성과에서만 찾을 수 있다면 평생 허기질 것이다.
2. 성취가 주는 짜릿함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는다.
3. 미래를 바라보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현재에 충실하는 태도 역시 중요해 보인다.
오늘은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려 조금 더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쇼펜하우어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입니다. 인간의 삶은 원래 불행하며 온통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얘기했죠. 심지어 죽음만이 삶의 유일한 해방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분명히 아싸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그랬다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할아버지였습니다.
—
권태와 고통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인생이 ‘권태와 고통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고 표현했습니다(두 키워드를 잠시 곱씹어 보세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욕망에 지배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욕망이 충족되지 못해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욕망이 충족되고 나면, 그 만족이 평생 이어지면 좋겠습니다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권태를 느끼거나 새로운 욕망을 갈망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행복은 욕망이 충족되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
따라서 영속적인 만족이나 행복은 있을 수 없으며,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은 긴 반면에 행복의 시간을 짧은 것이 보통이라고 책의 저자는 얘기합니다. 즉, ‘이것만 달성하면 평생 행복하겠지?’ 따위는 없는 듯합니다.
심지어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 짜릿함, 만족감은 그 역치가 점점 높아져, 이전과 비슷한 자극으로는 쉽게 만족되지 않습니다.
—
세 가지 욕망
우리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닌 "위대한" 이성이 동물적인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쇼펜하우어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대놓고 코웃음을 칠 겁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는 것이죠.
오히려 욕망이 삶의 목표를 부여하고(돈, 명예, 성공 등), 이성은 그 목표를 실현하는 데 쓰이는 도구(공부, 노력 등)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욕망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에게 세 가지 욕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1. 식욕 (자기보존의 욕망)
2. 성욕 (종족보존의 욕망)
3. 재미에 대한 욕망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미를 추구하는 것)
우리는 평생 이 세 가지 욕망에 허덕이며 사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권태에 특히 가장 많이 시달리는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머리는 텅 빈 속물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자극을 찾아헤맵니다.
—
기대치 낮추기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상상력을 꼽았습니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상상력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대’입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더 좋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현재 자신이 누리는 평안함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지금의 형편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
기대하지 않았다면 즐거워했을 것도, 오히려 기대했기 때문에 즐거움보다도 실망을 느낄 때가 많다."
잠깐 다른 얘기지만 워렌 버핏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찰리 멍거 선생님은 한 책에서 기대치를 낮게 유지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야 행복하다는 것이죠. 쇼펜하우어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다섯 가지 조언
그럼 이 불행한 삶을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비관적인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어떤 희망적인 조언을 해줄까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욕망의 절제 :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물질적인 욕망 대신 정신적인 충족을 추구해야 합니다. 저는 일단 첫 번째부터 탈락입니다.
2. 예술을 통한 해방 : 쇼펜하우어는 예술을 통해 삶의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그때만큼은 욕망이나 실용적 목적에서 벗어나, 대상을 있는 그 자체로 감상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나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음악, 좋은 영화, 좋은 미술을 찾아 음미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3. 연민과 도덕적 삶 : 쇼펜하우어는 개인적인 이기심을 줄이고, 공동체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자기중심적인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민을 통해 도덕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 인생의 가치있는 방향이라고 주장했죠.
4. 고독 : 그는 혼자 있는 능력(=고독을 즐기는 능력)이 인간의 성숙과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지금보다 어릴 때는 항상 친구들과 있어야만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인정하자면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독을 즐기는 능력이 없었던 것..을 넘어 고독이 두려웠다고 할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걸 느낀 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과거에는 혼밥 하느니 굶고 말겠다던 제가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혼자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려보세요.
5. 쇼펜하우어의 마지막 조언은 휴튼을 꾸준히 쓰라는 것입니다. 진짭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나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