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해보지 뭐 자세
비대칭적 기회(Asymmetric opportunity)에 대하여
며칠 전 흥미로운 개념을 한 가지 알게 되어 소개드리려 합니다. 바로 asymmetric opportunities, 즉 비대칭적 기회인데요. 쉽게 말하면 나에게 손실보다 이익을 더 많이 안겨주는 기회/선택을 뜻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high risk, high return 즉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리스크를 져야 한다는 말을 진리처럼 믿고 있지만, 현실이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는 겁니다.
비대칭적 기회
Asymmetric returns(opportunities)라는 개념은 원래 금융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투자상품이라고 하면 주식을 대표적으로 떠올리지만, 투자업계에는 매우 다양한 투자 상품이 있고 그 중에서 '파생상품'이라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융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전공수업 한두 개 들은 것이 전부여서 아는 척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옵션', 그중에서도 '콜옵션'이라는 파생상품에 대해 찾아보시면 asymmetric returns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간단히 말해 손실은 고정시켜두고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위 그래프)
흥미로운 점은, 이 개념이 우리의 삶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 삶에서도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큰 기회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Atomic Habits>의 저자 James Clear가 2018년 트위터에서 언급해 크게 바이럴이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James Clear는 비대칭적 기회의 예시로 '책 쓰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주식 투자하기'를 꼽았습니다. 공감이 좀 되시나요? 이후 Naval Ravikant라는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창업', '책/팟캐스트/비디오 제작하기', '소프트웨어 제품 제작하기', '여러 번의 첫 데이트 만들기*', '사교파티 참석하기', '고전 서적 읽기', '큰 도시로 이사하기', '비트코인 투자하기', '트위터 시작하기'를 제안했습니다.
*많은 사람과 소개팅/데이트를 해보라는 것.
몇 년 전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우리나라와 문화가 달라서 공감이 되는 것도, 되지 않는 것도 있으실 겁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이 중에서 어떤 걸 놓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 개념에 흥미가 생겨 관련된 아티클을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재밌는 내용이 있는 아티클이 있어서 몇 가지 예시들을 추가로 공유드립니다.
1. 선물하기 :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면 내가 잃는 것은 선물의 비용이겠죠. 하지만 이를 통해 그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다질 수도 있고, 잘 다져진 인간관계는 추후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2. 새로운 사람들 만나기 : 이 행위를 통해 잃는 것은 약간의 시간, 그리고 만나서 쓰는 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죠. 잠재적인 득이 훨씬 큰 경우입니다. 실제로 저도 선호하는 편입니다.
3. 블로그 작성하기 : 반드시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컨텐츠(그게 무엇이든)를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잃는 건 시간 정도? 얻는 건 (1) 내가 가진 컨텐츠/생각의 정리, (2) 운이 좋다면 약간의 수익 또는 브랜딩 정도가 있겠네요.
4. 좋은 책 읽기 : 특히 'Lindy book'을 읽으라고 하는데요, Lindy book이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딘 책, 독자의 사고를 뒤흔들어 놓는 책 등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잃는 건 시간 정도가 있겠죠. (근데 정말 책 읽는 시간이 잃어버리는 시간인가요?)
5. 이직 :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 Vs. 여러 번 이직하는 것은 각자 뚜렷한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읽었던 아티클에서는, 이직을 하면 내 몸값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높일 수 있고, 또 새로운 기회에 나를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대칭적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6. 투자 : 보통 투자라고 하면 우리는 주식/코인/부동산 투자 정도를 생각하지만, 아티클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투자를 얘기합니다. (1) 내가 아는 분야에 대한 투자 (2) 사람에 대한 투자 (3) 내가 잘 아는 회사에 대한 투자. 본질적으로 투자라는 건 결국 미래가치를 보고 내가 가진 자원(주로 돈)을 투입하는 행위일 테고, 이러한 관점을 지니면 투자의 스펙트럼 역시 넓어질 것 같습니다.
위 예시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또 다른 비대칭적 기회는 무엇이 있을까요?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기준을 갖고 하시나요?
저는 이 개념을 접한 뒤 '해보지 뭐' 자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왜냐면 위에 나열된 예시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아니거든요.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대부분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습니다. 귀찮거나 두려워서겠죠. 그럴수록 '해보지 뭐'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선택을 함으로써 큰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해보는 겁니다. 내가 가진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실천해 볼 수 있는 비대칭적 기회는 무엇이 있나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