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혹시 지금 정체된 것 같다면
애덤 그랜트의 조언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애덤 그랜트의 <히든 포텐셜>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원래 한번 다루고 끝내려 했는데 지난 레터 반응이 좋았어서 딱 한번만 더 우려먹겠습니다.
오늘 소개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제가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부분입니다. 저는 타고난 성격이 위로 같은 거 안 좋아하는 성격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만 알고 싶었는데(농담입니다)(일까요?) 오늘 잘 한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길은 구불구불하다
우리는 성장을 갈망하고, 목적지를 향해 최단 거리로 가고 싶어합니다. 눈 딱 감고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면 목표에 도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인지과학자 웨인 그레이와 존 린스테트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업무 수행 능력이 정체되는 구간이 찾아오고, 그 구간이 지나면 다시 진전하기 전에 먼저 쇠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량이 정체되면 먼저 기량이 악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개선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체되었을 때는 잠시 뒤로 후퇴해 조금 다른 길,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보통 뒷걸음질하기를 두려워하는 게 현실이다. 속도를 늦추면 애써 얻은 것을 잃게 되고, 후퇴는 포기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경로 이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에만 머무르면 발전은 더뎌지고 결국 정체기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방황을 합니다. 방황은 우리의 불안을 증폭시키죠. 그래서 빨리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 최적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비보가 있다. 완벽한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한 경로를 제시해주는 지도는 없다. 심지어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길을 개척해가면서 조금씩 직접 길을 뚫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자 애덤 그랜트는 새로운 길을 떠나는 여정에서 반드시 지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우리에게 지도보다는 나침반이 필요하죠. 큰 방향성을 가리켜주고, 경로를 이탈하면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나침반만 있으면 됩니다.
어쩌면 목적지를 향한 일직선의 길이란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멘토의 도움 받기
이 길이 내 목표를 향한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보통 전문가를 찾습니다. 그게 삶이든 일이든, 해당 분야의 권위자를 찾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들로부터 배우려고 하죠. 최대한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지혜를 얻으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로 이 방법은 딱히 효과가 없다며 팩폭을 날립니다. 심지어는 최고의 권위자가 "최악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요.
첫 번째, 그들이 이미 너무 먼 길을 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의 심정이 어떤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언가에 대한 지식이 쌓일수록 그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공감되시나요?
제가 저보다 오래 산 분들의 인생 조언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매번 경계하며 듣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를 거쳐왔을지언정, 기억의 많은 부분이 오랜 세월에 의해 녹슬었을 테니까요. 그들은 지금 제 삶이 어떤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두 번째, 어떤 전문가 또는 멘토가 기깔나게 가이드를 해준다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과 동일한 장단점, 성향, 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이 삶에서 마주했던 굴곡의 모습과 우리가 마주하는 굴곡의 모습이 같을 리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멘토의 존재를 부정해야 할까요? 애덤 그랜트는 여러 명의 멘토를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얘기해요.
"가장 뛰어난 전문가로부터 초보적인 조언을 구하는 게 현명치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길잡이에게 의존하는 것도 실수다. 여러분의 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여러 길잡이로부터 방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때로는 그런 정보들이 모여서 여러분에게 보이지 않았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갈 길이 불확실할수록, 그리고 올라가야 할 정상이 높을수록 여러분에게는 길잡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양한 조언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여러분에게 맞는 길을 조립하는 게 관건이다."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여러 이유로 멘토의 실효성을 부정해온 사람입니다. 실제로 어려움을 겪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편이 아니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애덤 그랜트가 말한 것처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제가 처한 상황을 완벽히 이해할 리 만무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제 삶이나 일에 대해서 당사자인 저만큼 많이 고민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그렇다면 개별 멘토에게는 기대치를 낮추고 그 대신 여러 명에게 가볍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100점짜리 멘토 한 명을 찾는 대신 80점짜리 멘토 다섯 명을 찾는 겁니다. 어차피 100점짜리 멘토는 없으니까요.
무기력증 극복하기
가고 있던 길에서 정체기에 맞닥뜨려 후퇴를 하거나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 우리는 흔히 의기소침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뒷걸음질을 한다고 해서 새로운 정상으로 바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번 쯤이야 후퇴할 수 있고 조금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런다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길이 바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한번 더 돌아가야 한다면? 열 번 더 돌아가야 한다면? 이러다 평생 돌아가기만 한다면?
저자는 이것이 무기력증이라고 말합니다. 정체되고 공허한 느낌,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딱히 우울한 건 아니지만, 사는 낙이 없는 느낌입니다. 집중이 흐려지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무뎌집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회의감에 빠집니다. 애덤 그랜트는 이때가 바로 "고속도로를 벗어나 연료를 재충전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오오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하나의 대상에 오랫동안 매진해야 합니다. 더 오랜 시간을 일해야 하고, 심지어 정말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워라밸 따위는 포기해야 합니다.
애덤 그랜트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는 우리가 무기력증에 빠졌을 때 더 빡세게 일하는 대신 '경로 이탈'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그 이유는 '진전을 이루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무기력증에 빠졌을 때는 노력해도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취미나 부업 같은 것을 통해 작더라도 진전을 이루는 느낌을 받으면,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해요. (그러다가 취미나 부업이 내 본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회로는 재충전하기 위해서 대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쉬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잠시 경로를 이탈하지만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마무리
사실 너무 희망적인 얘기여서 저는 읽으면서 좀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마음이 힘들 때 한번 쯤 상기해보면 좋을 내용인 것 같아 공유드렸습니다.
<히든 포텐셜>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이 많은데요, 제 마음에 쏙 들었던 그림과 함께 저자의 마무리 멘트로 오늘 레터를 마치겠습니다.
"진전은 한순간을 단편적으로 보면 알아채기가 어렵다. 진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특정한 어려운 순간에 몰두하면 정체한 기분이 들기 쉽다.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여러분이 밟아온 궤적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먼 길을 왔고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무기력증이 느껴진다면,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