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지금 느끼는 조급함의 정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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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아버지
2024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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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이미 이전에도 소개드린 적이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한번 깔끔하게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똑같은 책을 자꾸 우려먹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맞음) 그 이유는 제가 요즘 한번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읽어서는 머릿속에 통 남질 않아서, 좋았던 책은 여러 번 다시 읽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으면 또 새롭게 와닿는 것들이 있거든요.

어디 가서 아는 척 하기 좋은 내용이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지금 우리 사회는 불안과 FOMO(Fear Of Missing Out)가 극에 달해있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라 실제 통계입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통의 알랭의 <불안>은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얘기하는 불안은 지위에 대한 불안(status anxiety)입니다. 간단히 말해 현재 속한 공동체에서 외면받을까봐 느끼는 불안입니다. 준거집단 내에서 인정받지 못할까봐, 집단의 상류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될까봐, 남들이 가진 걸 나만 갖지 못할까봐,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질까봐 갖게 되는 불안이죠.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다섯 가지 원인을 꼽는데, 결국 종합하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와 능력주의와 물질주의가 의도치 않게 가져온 복합적인 부작용입니다. 하나씩 설명드릴게요.


1. 민주주의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건 고대 그리스지만, 18세기 후반 이후 현대 민주주의가 탄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모두 평등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모두가 평등하니 쟤가 가진 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졌습니다. 최하층민은 ‘나도 저걸 누릴 자격이 있는데’ 하며 부자를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을 지금은 욕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술이 발전하며 매스 미디어 덕분에 부자들의 화려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자연히 이 경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저는 아직도 셀럽들의 (연출된)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들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매스 미디어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FOMO가 극에 달해있는 건 슬프지만 필연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그 시스템을 채택한 사회에 유례없는 물질적 진보를 선물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래는 늘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삶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 높아졌죠.

"야 너두 노력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어!"라는 미국식 동기부여도 이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이 큰 부를 일궈내는 케이스들이 소수 생겨났지만, 알랭 드 보통의 표현을 빌리면 “예외가 규칙이 될 수는 없었”고,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기대와 그들의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는 끝없는 불안을 낳았습니다.

삶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3. 능력주의

언뜻 가장 정의롭고 공평한 이념처럼 보이는 능력주의는 의도치 않게 그 사회에 불안을 더 부추겼습니다. 과거 봉건 사회 때는 부와 지위가 후대로 세습되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그저 그렇게 태어난 것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운이 나쁜 것이었고 그게 끝이었죠.

하지만 능력주의가 고개를 들며 이제 가난한 사람은 그냥 불운한 게 아니라 ‘무능하다’는 꼬리표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성공한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했다면, 실패한 사람들은 노력하지도 않았고 능력도 없어서 실패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찰력이 보통이 아닌 알랭 드 보통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난이 주는 물질적 고통에 더해 이제 수치심까지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성공을 이루는 요소 중에 운이 거의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4. 물질주의

알랭 드 보통이 '속물근성'이라고도 부르는 물질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의 구성원들은 지위 경쟁에 돌입합니다. 사람들은 지위를 갖춘 사람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습니다. 반대로 지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합니다.

우리가 유명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에는 맹목적으로 박수를 치고 칭송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과 인격을 갖췄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인 듯 보입니다.

반면 부와 지위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무시받습니다. 지위는 관심과 존경을 끌어오고,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소외됩니다. 이것이 아직 성공하지 못한, 충분한 지위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깁니다.

끝으로 제 생각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사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이념과 시스템이 주는 이점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능력주의, 물질주의는 물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안이라는 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합의한 결론이니까요.

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개인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 내 멘탈을 잘 관리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휴튼을 만들고 있는 저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생각/감정/경험을 잘 들여다 보고 효과적으로 기록하면서 자기만의 단단한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의사결정의 기준, 가치판단의 기준을 내 안에 가지고 있어야 주변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남들의 선택을 그저 수동적이고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건 꾸준히 내 내면에 집중하고, 깊은 성찰을 하고, 좋은 인풋을 받고, 글을 쓰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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