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우리는 서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본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Avatar
휴튼 아버지
2024년 6월 27일
Image

안녕하세요, 오늘은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읽은지는 1년도 더 되었지만 책상 위에 두고 종종 꺼내읽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돈에 대한 우리의 심리, 태도, 시행착오 등을 다룹니다. 하지만 넓게 봤을 때는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기도 해서 오늘 레터에서 소개드리려 합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첫번째 챕터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입니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우리는 그들을 그저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지만, 사실은 그 사람은 미친 게 아니라는 거예요.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늘 상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나 역시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챕터는 돈을 포함하여 우리 인간이 내리는 선택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서로 다른 경험을 갖고 있고, 이러한 직접 경험들이 쌓여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선택에 대한 기준 등을 형성한다는 거죠.


저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 그래서 우리 모두는(당신도, 나도, 누구나) 돈의 원리에 대한 일련의 관점을 닻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 관점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그러니까 이런 것입니다. 1929년 미국에서는 무려 10년 동안 지속되는 대공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과 이 시기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돈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매우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기침체가 왜 일어나는지,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투자위험은 얼마나 감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거예요. 사람에 따라 직접 경험한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이 문제가 쉽지 않은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마음을 열어도 공포와 불확실성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제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공황기에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게 어떤 뜻인지 책으로는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에게 남은 정서적 흉터는 나에게 없다. 그리고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이 왜 주식을 보유하고도 무사태평해 보이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렌즈를 가지고 세상을 본다."


저에게 이 내용이 유독 와닿았던 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에는 타이완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폭스콘(Foxconn)의 근무 여건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요, 뉴욕타임즈에서 폭스콘의 악랄한 근무 여건을 고발하는 기사를 냈고 많은 독자들이 여기에 크게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어느 중국 노동자의 조카가 내놓은 코멘트였습니다. 저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인상적인 내용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소위 '노동 착취 공장'이라 부르는 곳(폭스콘 공장)에서 우리 이모가 수년간 일했다. 고된 곳이었다. 근무 시간도 길고 임금도 '적었으며' 근무 여건도 '형편없었다'. 그런 공장에서 일하기 전에 이모는 무슨 일을 했을까? 이모는 원래 매춘부였다. 

이모의 옛날 생활에 비하면 '노동 착취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모는 분명 몇 센트에 여러 남자에게 몸을 착취당하느니 사악한 자본가 사장 밑에서 2달러를 받고 '착취당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진짜 핵심은 마지막 문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화가 난다. 중국인들은 서양과 똑같은 기회를 누리고 있지 않다. 우리의 정부 인프라는 당신네와 다르다. 그렇다. 공장 노동은 힘들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그건 오직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 챕터의 골자는 이겁니다. 개개인은 겪어온 경험도 서로 모두 다르고, 현재 처한 상황도 서로 모두 다릅니다. 아무리 과거를 공부하고 다른 사례들을 탐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모두 간접 경험에 불과합니다. 직접 경험에 비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죠.


한 사람이 세상(그리고 돈)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러한 경험과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건 내 관점에 불과하니까요. 이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나면,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를 조금씩만 더 이해해볼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역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함부로, 쉽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챕터의 핵심 내용과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

"(...) 그러나 모든 금융 의사결정은 그 순간 판단을 내리는 그 사람에게는 타당한 것이다. 그래서 확인란에 모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자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동안 그 사람만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 개인적인 경험과 나만의 세계관, 자존심, 자부심, 마케팅, 괴상한 이유들이 전부 합쳐져 나에게만은 옳은 하나의 내러티브가 만들어진다.

(...)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에 근거해서 주어진 순간에 자신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릴 뿐이다."

🔥 휴튼 레터의 인기 글
지금 휴튼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