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역사가들은 예언가가 될 수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가 실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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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아버지
2023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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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레터에서는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의 일부를 소개드리려 합니다. 이 책은 돈과 관련된 인간의 심리, 태도, 오류 등에 대한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 중 몇 가지를 가져와봤습니다.

우선 이 책에서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부분을 꼽아보라면 전 여기를 고를 것 같아요.

"우리는 그동안 집단적 시행착오를 통해 더 훌륭한 농부, 더 유능한 배관공, 더 발전된 화학자가 되는 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시행착오가 우리에게 개인금융을 개선하는 법을 알려주었을까? 우리는 빚에 덜 허덕이게 되었을까? 만약을 대비해 더 많이 저축하고 있을까? 은퇴를 더 잘 준비하고 있을까? 돈이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못 하는지에 대한 더 현실적인 관점을 갖게 됐을까?

나는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돈을 물리학(규칙과 법칙이 있다)과는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심리학(감정과 뉘앙스가 있다)과는 비슷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염두에 두고, 오늘은 저자가 왜 역사는 미래의 지도가 될 수 없다고 얘기하는지 소개드리겠습니다.


역사는 미래의 지도가 될 수 없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얘기하는 것 중 하나는, 소수의 치명적인 사건들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그것이 우리의 개인 금융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모르는 미래에 일어날 어떤 큰 사건이 우리의 개인 금융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죠.

많은 투자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투자자들이 또 역사를 공부하죠. 역사에 일어났던 큰 사건들을 교훈 삼아 미래에 일어날 큰 일에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경제나 투자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똑똑한 행동이다. 역사는 기대치를 조정하게 도와주며, 사람들이 어디서 잘 틀리는지 연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지 개략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더라도 역사는 미래의 지도가 될 수 없다."

마지막 문장이 반전입니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역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빠지는 이런 함정을 저자는 "역사가의 예언 오류"라고 부르죠. 역사가의 예언 오류는 혁신과 변화가 목숨과도 같은 분야에서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해 미래 신호를 읽으려고 할 때 생기는 오류입니다.

사실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과거 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만들어 미래 패턴을 예측하려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투자는 엄밀한 과학이 아니다. 투자란 수많은 사람이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불완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똑똑한 사람들도 예민하고 탐욕스러워지며 편집증을 갖게 된다."

그러니까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심리에 가깝다는 겁니다. 과학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특히 투자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게임에서는 더더욱이요.

비슷한 맥락으로, 저자는 무언가를 겪어본 사람, 이미 해본 사람을 지나치게 우러러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특정한 사건을 겪어보았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번에 일어날 일을 잘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의존할 때의 문제점

저자는 역사적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경우에서 크게 벗어난 사건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예시를 들어요.

19세기와 20세기에 태어난 사람은 150억 명입니다. 그런데 그 중 단 일곱 명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이 지구 전체가 송두리째 달라졌을 거랍니다. 그 일곱 명은,

1. 아돌프 히틀러
2. 이오시프 스탈린
3. 마오쩌둥
4. 가브릴로 프린치프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을 일으킨 인물)
5. 토머스 에디슨
6. 빌 게이츠
7. 마틴 루터 킹

물론 이 일곱 명이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즉 이들과 같은 '이상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곳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을 거라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꼬리 사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꼬리 사건을 과소평가하기 쉬운 이유는 사건들이 어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지 과소평가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한 예로 9.11 테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를 내리게 만들었고, 주택시장의 거품을 촉진했다. 이는 다시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고용시장 악화를 불러왔다. 그러자 수천만 명이 대학 교육을 받겠다고 나섰고,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10.8퍼센트에 이르게 됐다.

9.11 테러 당시 19명의 납치범들과 지금의 학자금 대출 문제가 직관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몇몇 이례적인 꼬리 사건이 좌우하는 세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이처럼 세계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은 예측 불가능했던 몇 안 되는 과거 사건들과 거의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것이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라고 말합니다. 공감이 되시나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언제나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여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한 짓이죠. 한 투자자 존 템플턴은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두 마디는 '이번에는 달라.'이다"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이를 비꼬며 마이클 배트닉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합니다: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일곱 마디는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두 마디는 '이번에는 달라.'이다.'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돈과 투자에 대해 생각할 때 지난 역사를 무시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대신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 있다. 일반적인 것, 즉 사람들이 탐욕이나 공포와 맺고 있는 관계, 스트레스를 받을 때 행동하는 방식,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모습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경향이 있다. 돈의 역사를 탐구할 때는 바로 이런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반해 특정한 트렌드나 업계, 부문, 시장의 인과관계, 사람들이 자기 돈으로 뭘 해야 하는지 등등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바뀐다. 그러니 역사가들은 예언가가 될 수 없다."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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