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인간의 세 가지 단계 - 니체의 위버멘쉬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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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아버지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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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인간이 진화하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도 아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아니고 바로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입니다. 하나씩 설명드릴게요.


🐪 1단계: 낙타

첫 번째 단계는 낙타입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수동적으로 주어진 길을 걷기만 하는 동물이죠.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던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 낙타가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누구나 낙타의 시기가 있어요. 낙타는 현재 주어진 것을 인내하는 단계이기 때문이죠. 나에게 주어진 것을 제대로 수행할 줄 아는 것이 낙타의 덕성입니다.

낙타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나에게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예요. 저의 인생책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의 저자 이진우 교수님은 이렇게 얘기하십니다.

"낙타는 때로는 인내력을 발휘해야 하고, 때로운 참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정말 무거운 짐은 무엇인지 시험하는 겁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요? 노동일 수도 있고, 주어진 과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삶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무거운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보면 각자 대답이 다를 수 있습니다."


🦁 2단계: 사자

그 다음은 사자의 단계입니다. 사자는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파괴하려는 단계입니다. 사자의 정신은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죠. 기존에 나를 속박하던 것들, 전통적인 가치, 사회가 정해놓은 것들을 거부합니다.

사자와 함께 등장하는 비유는 '용'입니다. 사자는 용과 맞서 싸우는 존재예요. 여기에서 용은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명령하는 권위를 상징합니다.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교수님이 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이 사회의 어떤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용과의 싸움 없이는 절대 개인이 탄생하지 않는다며, 니체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정신이 더는 주인과 신으로 부르고 싶지 않은 거대한 용은 무엇인가? '너는 해야 한다'가 그 거대한 용의 이름이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나는 원한다.'라고 말한다."

저는 사자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개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정해져 있던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개척하는 삶이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 3단계: 어린 아이

아이의 단계는 한마디로 '긍정하는 존재'입니다. 주어진 것을 긍정하는 자세죠. 우리 삶에는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것들을 모두 긍정하는 것입니다. 긍정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다'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포용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떻게든 노력해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고통을 겪고 있으면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죠. 아마 이건 제가 아직 사자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삶에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먼저 우리는 애초에 불공평하게 태어납니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으로 태어나지는 않죠. 또 살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고통이 발생하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도저히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이러한 것들에 대해 괴로워하거나 불평하는 대신 긍정하라는 겁니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제가 니체 철학만큼 좋아하는 스토아 철학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우리는 전자에만 집중해야 한다고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되,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더는 괴로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스토아 철학자들은 말합니다.

니체의 삶을 보면 왜 그가 이런 얘기를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실 텐데요, 그는 아주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얼마 뒤 동생까지 잃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건강이 무척 나빠졌다고 해요. 말년에는 정신 이상 증세까지 보여 1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자기 극복의 과정

사실 이 세 단계는 궁극적으로 니체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자 제가 자주 언급한) 위버멘쉬로의 과정입니다. 즉, 기존의 도덕에 의문을 던지고 자기만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의 저자 이진우 교수님은, 이 세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니체 철학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자기 극복'입니다.

그런데 나 자신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니체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버멘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경멸할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즉, 나 자신에게서 참을 수 없이 부정적인 것,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불편하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부끄럽고 부정적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모습을 찾아내고,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며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초월한 위버멘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내가 극복해야 할, 극복할 수 있는 내 모습은 무엇이 있나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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