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튼 레터] 휴튼 레터가 걸어온 길

지난 4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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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아버지
Dec.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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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72번째 휴튼 레터입니다. 찬바람 부는 연말이라 휴튼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휴튼 ‘레터’가 걸어온 길입니다. 관심없다면 맨 마지막 ‘결론’ 부분만 읽어주세요.

고딩 때부터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얕았던 사고에 깊이가 생기는 것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이었을 수도 있고, 지적 허영심을 느끼고 싶은 것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공부하기 싫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다만 1학년 1학기부터 대학교라는 시스템에 크게 실망하여, 대학 생활 내내 엉성하게 적응한 채 지냈습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건 제 눈에 옳지 않아 보였고 그 대신 ‘나한테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그냥 반항심이었을 확률 99%).

어쨌든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했고 아마 그때부터 휴튼은 제 마음 속에서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잡생각이 많았다보니 글도 많이 썼습니다. 생각이 생각에 그치고 인풋이 인풋에 그치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휘발되어버리는데, 그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글 쓰는 것의 가장 큰 효익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흐리멍텅한 생각을 홱 붙잡아서 명료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이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와는 무관합니다. 활자의 형태로 쏟아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을 많이 옮겨적다 보면, 또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 실력은 자연스레 좋아지는 듯합니다.

아, 작은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목은 기억납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면서 무척이나 보편적인 이야기>.

저는 거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일수록 읽는 사람에게 깊숙이 가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생각은 거의 10년 전부터 혼자 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디 가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같아”라는 말을 하면 왜 봉준호 따라하냐는 얘기를 듣습니다. 사람은 역시 유명해지고 봐야 합니다.


휴튼 레터의 시작

저는 읽은 책을 꼼꼼히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걸 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3, 4학년 때 우리나라에 뉴스레터 붐이 일어날랑말랑 했고, 학업과 취업 따위 안중에도 없던 저는 제가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서 직접 한입 한입 떠먹여준다는 컨셉의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책한조각 레터’였습니다. 그게 2020년 즈음이었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이것 좀 읽으라고 잔소리 해가면서 강제 구독을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들이 또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하면서 점점 제가 모르는 사람들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들이 비중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메일로 답장이 왔습니다. 구독자*인데 글이 좋아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휴튼 ‘유저’와 ‘구독자’를 섞어서 쓰지만 이 레터에서는 ‘구독자’로 통일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공들여 작성하는 레터를 좋아해준다니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은 아닐지, 괜히 만났다가 콩팥 털리는 거 아닐지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서 약속 일정을 잡았습니다. 며칠 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걱정이 무색할 만큼 배울점 많은 멋진 사람이었고 지금은 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제 콩팥도 무사하구요. 

구독자를 만나는 게 유익한 경험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저에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다 만났습니다. 나아가 휴튼 앱을 잘 써주시는 분들은 제가 먼저 ‘유저 인터뷰’ 명목으로 만나달라고 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못해도 50명은 만난 것 같습니다. 1:1로도 만나고, 독서모임 같은 모임 형태로도 만났습니다. 그 정도 만났으면 빌런이 한 명쯤은 있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저일지도?).

만난 분들 모두 하나같이 생각이 깊은, 배울점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중 아주 일부는 제가 지금까지 질척대며 소중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무슨무슨 '법칙'은 반례가 나오기 전까지 참으로 여겨지는데요,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렇다 보니 제 머릿속에는 '휴튼을 좋아하는 사람' = '평소 생각이 깊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휴튼좋아하는사람은평소생각이깊고성숙한사람의 법칙이 귀납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높은 확률로 참인 법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제 인간관계의 일부가 휴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되어갔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큰 수확입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주기적으로 독서모임 같은 것을 열고 싶지만, 제가 가진 소셜 에너지와 물리적인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주 8일 술 먹으면서 놀았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소셜 에너지가 금방 바닥납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꼭 한번 열 예정입니다.

어쨌든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해주고 싶어서, 정확히는 제가 받은 자극을 나눠주고 싶어서 4년 전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에, 얼마 뒤 구독자분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어찌저찌 하다 보니 지금의 휴튼 앱이 되었습니다.


결론

저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레터에서도 말씀드렸듯, 남들이 A라고 한다고 해서 나도 맹목적으로 A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안에 아무런 기준이 없어서 바깥의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 무책임한 짓입니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채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것 물론 좋고, 저도 매일 치열하게 일하면서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매몰되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씩은 잠시 빠져나와 나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휴튼이 바로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휴튼 앱이 매일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또는 일주일에 한번 발행되는 휴튼 레터를 읽으면서 아주 잠깐이라도 깊이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전달드리는 내용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으로도 봐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새벽에 쓰니 헛소리가 그냥 술술 나오네요. 다음 레터에서는 유익한 내용을 들고 오겠습니다.

얼만 전 휴튼과 상당히 비슷한 결을 가진 18만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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